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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by 날개단약속

 가

 


한 남자가 섰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소리쳤다.
"하나님, 저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하늘을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그 남자는 더 큰 소리로 외쳤다.
"하나님, 저 그만둔다구요."
그제야 하늘 사이로 희미한 서광이 비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은은하면서도 세상만사를 덮을 듯 한 웅장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만둔다고?'
남자는 입술을 실룩거렸다.
"네. 하나님하고의 관계를 청산해야 할 거 같아요."
'왜 그러느냐?'
"저에게 해주신 것이 무엇이 있습니까? 나 믿으면 잘 해주신다면서 여태껏 뭘
해주었다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하늘은 여전히 서광이 부추었지만 공기는 다소 무거워진듯해 보였다.
그 와중에는 남자는 계속 입술을 실룩거렸다.
"네. 그러니 이제 서로 미련 없이 깨끗하게 헤어지기로 해요."
'음, 미련 없이라.....  나쁘지 않군.'
남자의 얼굴에 순간 화색이 돌았다.
"그래요. 서로 질질 매달리고 울고불고 하는 거 좀 그렇잖아요. 하나님은 아실지
모르겠지만 세상용어로 '쿨~ 하다' 라는 표현이 있어요. 서로 얽매이지 않고 깔끔하게
일처리 하는 거죠."


'음..... 좋다.'
"그렇죠. 역시 이름 있는 분이라 실천하시는 것도 화끈하시네요. 그럼 이 순간 우리 사이
정리된 거죠?
그럼 서로 헤어짐의 인사 없이 쿨하게 헤어지는 거예요."
남자 흡족한 표정으로 돌아서려는 순간 서광이 남자를 향해 진하게 비친다.
순간 남자의 얼굴엔 불만 가득이다.
"아, 하나님, 이렇게 매달리시면 안 되죠."
공기가 다소 무거워졌다.


'매달렸다?'
"그럼 이 빛은 뭡니까?"
'미련 없이 후회 없이 가기 위해서다.'
"우리 사이는 이미 끝났잖아요."
'너는 그렇지만 나는 아직 청산되지 않았느니라.'
"청산할 게 있나요?"
'그렇다. 내 항상 말을 아껴가며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주었건만 오늘만은 아낌을
금하겠다.'
바람이 하늘 안쪽으로 쭉 들어갔다가 바깥쪽으로 강하게 불어졌다.


'10년 동안 최고의 경호천사를 보내 24시간을 너를 지켰다. 이제 그들을 거두니 청산하자.
세상 경호비용이 10시간에 15만원이니까 24시간이면 36만원. 영혼육 모두를 지키니
세배 따불. 108만원이다.
게다가 영적 경호는 특수 경호인만큼 50만원 더 플러스된다. 매일 158만원이 3650일이니까
15억 6700만원이다.


너의 기도를 빠짐없이 들어주었다. 혹시나 없다고 시험 들까 힘들어 할까봐 사람을 통해
만물을 통해 감동을 통해 다 들어주었다.
건강하게 해달라고 해서 주변에 공원을 무료화 시켰다. 원래 유료였으면 너는 매일 아침저녁으로
3000원씩 내고 달렸어야 했다. 6000원을 3650일 하면 2천백 9십마원.
너가 혹여나 굶을까 매끼를 살펴주었다.
요새 평균 밥값을 5천원이라 했을 때 세끼 다 협쳐서 5천4백7십5만원.
거기에 간식이나 특별한 날의 밥값까지 포함한다면 6천만 원 넘는다. 게다가 너가
태어나기 위해서 너의 부모를 잉태시키고 또 너의 부모님이 태어나기 위해
조부모를 잉태하고.... 그 모든 전반 상황을 이끌어 오는데...'
"그만!"
남자가 헐떡이면서 두 손을 어지럽게 머리 위로 흔든다.
"이제 그만!"
'왜 그러느냐? 아직 청산할 것이 많이 남았느니라.'
"아니에요. 충분합니다."
'충분하다?'
"아니 어림도 없습니다."
'어림도 없다?'
"갚을 능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
'능력이 없다?'
"조금 더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겠느냐?'
"네. 새악해 보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럼, 그러도록 하자.'


식은땀을 시종일관 닦던 그 남자는 급하게 자리를 피했다.
하나님 곁에서 시중을 듣던 아이가 황급히 손수건을 가져온다.
그리고는 하나님 이마에 흐르는 작은 이슬들을 조심스럽게 닦는다.
'다행이지요?'
'그래 다행이다.'
'저가 다시 돌아올까요?'
'내가 더 많이 사랑해주어야지.'
'하나님은 정말..... '
'그래, 오늘도 내가 말이 많았지. 그러나 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면 나는 상관없다.
나에게 있어서 저 같은 생명 하나하나는 나에게 이 천국과도 같은 보화다. 다 주어도
아깝지 않는 나의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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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