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아이고, 우리 딸 by 날개단약속

 

 

 

 

 

이 주 만에 친정을 다시 찾았다.
엄마는 유모차와 짐을 힘겹게 들고 오는 딸이 보이지도 않는 모양이다.
유모차에서 아들을 쏙 안고는 춥다춥다 하며 집으로 들어가신다.
얼떨결에 짐꾼이 된 나는 오리주둥아리를 하며 뒤따라 갔다.

 

나도 배고픈데 항상 외손자 밥이 우선이다.
돌솥에 참기름 발라 야채와 볶은 밥이다.
맛있겠다.
나는 대충 아무거나 먹으라고 해서 정말 아무거나 먹었다.

 

오후가 지나 아들이 슬슬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징징되는 아들이 안쓰러워서 손수 말이 되어 주었다.
안방에서 한참 말 태우기를 하고 있는데 그 광경을 엄마가 보고는 한걸음에 달려왔다.
"이놈아, 니 엄마 몸도 약한데 어여 내려라. 아이고, 우리 딸 허리 휘겠네." 하고는
아들을 내 등에서 떼어냈다.

 

기분이 묘했다.
갑자기 옛날 엄마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내가 친정에 농사 도와주러 가면, 니들은 외할머니 손에 두고 갔지.
그럼 엄마 없다고 난리를 치며 울어.
내가 젖이라도 물리면 외할머니가 그랬지.
니 엄마 가죽밖에 없는데 아주 니들이 엄마 말라 죽인다고.
애들 그만 먹이라고 나를 그렇게 혼냈다."

 

주일날 교회에서 어린 신앙인을 관리하는 한 사람을 보았다.
어린 신앙인은 예배도 자주 늦는데다가 뭘 잘못 했는지 모르는 눈치다.
관리자는 한참을 이야기하다가 살짝 한숨을 쉰다.
얼굴에 핏기가 없는 것이 마음고생을 많이 한 모양이다.

 

하나님께서 한 말씀 하실 것 같다.
"이 녀석아, 네 관리자는 내가 귀하게 얻어서 업다시피 키운 내 딸이야.
네가 내 눈에 예쁘긴 하지만, 내 딸 힘들게 하면 너 하나도 안 예뻐.
말 잘 들어. 그 애가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내가 다 질투가 날 정도다.
그러니 잘 해!"

조회수
11,125
좋아요
0
댓글
2
날짜
2012/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