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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 쭉정이by 주아나

 

 

 

 

추석 전후로 간밤에 비가 왔다.
공짜로 먹이고 재울 수 없다는 시골 외삼촌의 귀여운 엄포에 나와 동생은 땅콩 밭으로 직행했다.

밭은 사람 키만 한 깻잎 밭과 알이 덜 여문 밤나무 숲 뒤에 숨어 있었다.

군데군데 간이 의자와 플라스틱 통이 놓여있었다.

땅콩은 흙만 털어내면 그 얼굴을 드러낼 정도로 지면 가까운 곳에 묻혀 있었다.

누워서 죽 먹기로 쉽겠다 했더니 뒤에서 외삼촌이 혀를 끌끌 차신다.

이런 날은 일하기 더 힘들다고 했다. 흙이 물을 머금어서 땅을 파내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정말 땅콩 줄기를 잡고 온 힘을 다해 뒤로 당겼으나 꿈쩍을 하지 않았다.

 땅콩마다 흙덩이를 주렁주렁 매달고 나왔다. 지구와 줄다리기라도 하는 느낌이었다.

 

“으라차차차.”
간신히 허리를 펴나 했더니 외삼촌은 앉아서 땅콩껍질을 까라고 했다.

우리는 소리가 나지 않게 궁시렁거리며 작업을 이어갔다.

외삼촌은 이거 다 너희 입으로 들어갈 것이니 궁시렁거리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했다.

껍질을 까는데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썩은 것, 알이 다 차지 못한 쌀알 크기의 씨땅콩들이 꽤나 많이 나왔다.

외삼촌에게 땅콩이 왜 이러냐고 물었다.

혹시 씨앗을 잘못 썼어? 밭에 영양분이 부족했어? 삼촌의 기술부족인가? 에이 농부 맞아?

동생과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다. 삼촌은 내 정수리에 손가락 꿀밤을 날렸다. 

 

“얌마, 알곡이라고 해도 햇볕을 충분히 못 받으면 쭉정이 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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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3/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