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신랑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다.
신혼 초에 오 만원씩 적금 붓기로 약속했었다.
아기 돌잔치를 위한 작은 목돈 모으기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여태 빈 통장이었다.
잔잔했던 내 마음의 해안가에 혈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왔다.
"뭐! 저축을 일원도 안해! 으아아아아아~"
목요일마다 우리 가정은 기도회를 한다.
기도회에 앞서 찬양을 먼저 했다.
입은 라라라라랄라라랄, 머리 속은 식식시씩시식식식
간증시간에는 신랑을 보며 입에서 가시와 못이 한가득 나왔다.
(어떤 외국동화의 저주받은 못된 딸이 된 심정이다.)
기도를 하는데 눈은 흘기고 입은 대빨 나오고 코는 실룩실룩이다.
당장이라도 주님께 너의 만행을 고자질하겠다는 모습이었다.
"주님, 어쩌구 저쩌구 식식식. 이러쿵 저러쿵 식식식."
식식거리며 기도를 하는 중에 한 가지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아브라함이었다.
아브라함이 재물 위에 쪼개지 않은 비둘기를 올려놓았고,
그 비둘기를 독수리가 낚아채가는 모습이었다.
"오호라. 쪼개지 않았단 말이지? 킥킥킥."
사실 그 전부터 이해가 되지 않은 성경구절이었다.
꼭 재물을 쪼개야 하나?
왜 하나님은 통 비둘기 구이를 받지 않고 독수리가 채가게 했을까?
고기를 쪼개야 드시는 특이한 식성인가 했었다.
'하나님은 꼭 쪼개야 드시나요? 은근 서구식이셔~'
쪼개야 했다.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제물은 비둘기가 아니라 아브라함 자체였다.
아브라함은 하나님 앞에 나와야 할 때 자신의 상태를 쪼개야 했다.
선한 마음과 나쁜 마음 중 나쁜 마음을 쪼개 없애서 선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예물을 드려야 했다.
그런데 아브라함은 쪼개지 못했다.
"나도 쪼갰다!"
어쩜 아브라함도 나처럼 누군가와 싸웠는지 모르겠다.
너무 화가 났는데 하나님께 제사는 드려야겠고 하니
그 마음 상태에서 그냥 드렸을 것 같다.
그런데 화난 마음, 하나님을 향한 마음이 뒤섞여 있으니,
분명 제사에 집중이 되지 않았을 것이다.
제단 위에 제물을 올리고는 울컥, 절을 한 번 하고는 울컥...
그런 마음을 정결하신 하나님께서 받아주실 리 없을 터.
(하나님은 예배만큼은 의외로 까남이시다.)
사라 : 오늘은 양고기로 제물을 드려요.
아브라함 : 에이 소로 드린다니까!
‘나는 내 마음을 쪼개지 못했구나.’
신랑에게 분한 마음을 잘라버리고
오직 선한 마음으로만 하나님께 나갔어야 했는데,
마음이 땅에 떨어진 개떡 같으니 누가 주워 먹었으랴.
다시 회개하는 마음으로 기도했지만
지나간 나의 개떡 같은 찬양과 간증시간은 돌아오지 않았다.
"내가 뭘 어쨌다고 개떡이야!"
오늘의 기도회 총점,
일 지르고 겨우 깨달아 회개하였으므로 30점. ㅜㅜ
마음을 쪼갠다는 거 참 힘들다.
좋은 도끼 어디 없나? 나쁜 언행 좀 확 쪼개서 불살랐으면 좋겠다.
"책으로, 운동으로, 먹는 것으로 마음이 쪼개지디?"
-추신 -
예수님 : 쯧쯧... 그런 도끼로 어디 오이라도 쪼개겠느냐.
내 다이아몬드로 날을 세운 도끼로 네 마음을 확 쪼개주마.
"네! 한방에 훅 쪼개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