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김장철by 감성지기

 

 

 

 


우리 집은 빌라 4층 중 4층.
낮은 계단이지만 4층까지 걸어오려면 꽤 힘이 든다.

 

오늘 아침,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조용히 앉아 있으려니 ‘헉, 헉’ 무거운 발걸음에 숨찬 소리가 들린다.
옆집 할머니가 김장하신다고 무거운 배추를 들고 오시는 길이었다.
‘김장철이구나.’
1층 입구에도 배추가 산같이 쌓여 있다.

 

어릴 때부터 보아왔던 김장하는 날 엄마의 모습이 생각난다.
설, 추석같이 큰 명절은 아니지만 1년 동안 밥상에 올라 밥을 맛있게 먹게 해줄, 김치를 만드는 날은 명절같이 괜히 신 나고 좋았었다.
시골 마당에다 큰 자리를 펴고 배추를 반으로 잘라 굵은 소금으로 팍팍 숨을 죽이고, 숨 꺾인 배추를 물로 씻어 물기를 뺀 후 온갖 맛깔 나는 양념으로 배춧속을 만들면 배추가 불룩해지도록 켜켜이 넣어주면 된다.

온 마당은 군침 도는 김치 냄새로 가득.
그리곤 큰 양푼에 밥을 그득히 퍼와 엄마가 줄줄 찢어주는 김치 한 줄, 한 줄을 척척 걸쳐 한입 받아먹으면 ‘햐~,  정말, 정말 맛있어.^^*’
결혼한 나는 이제 내 고향 가조가 아닌 시댁으로 김장을 하러 가지만, 행복하게 가련다.

 

깊어져 가는 가을.
금방 만든 때깔 좋은 김치 한줄기 쭉 찢어 갓 지은 쌀밥 한 숟갈에 올려 내 사랑하는 임에게 한입 가득 드리고 싶다.
나를 위해 주리신 그 속 다 풀어지게, 나를 위한 그 비워진 속 다 채워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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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3/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