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너무 친절한 사전by 날개단약속

 

 

 

 

요즘은 참 편리하다. 모르는 단어를 찾기 위해 두꺼운 책을 꺼낼 필요도 없고, 침 묻혀가며 책장을 넘길 필요도 없다. 그냥 인터넷 네모 창에다가 모르는 단어를 치면 사이트 자체 백과사전, 국어사전, 카페, 블로그, 지신in 등이 너무 친절하게 응대해 준다. 그러나 그다지 좋지는않다.


마치 옷하나 사려고 동대문에 갔더니 상인들이 죄다 나를 쳐다보며 싸게 해줄테니 오라고 손짓을 하는 느낌이랄까. 그러다 보니 망설이게 된다. 어느 옷이 더 좋은 지 알 수가 없기때문이다. 옷 종류도 너무 많고 방대하다. 오히려 내가 무슨 이유로 이 옷을 사러 왔는지 그 목적을 잃어버릴 정도다. 한참을 좌우로 살펴보고 다니다 보면 시간이 금방간다.

 

눈이 아프고 지칠 때 즈음, 그제야 내가 온 목적을 깨닫고 급히 그 옷을 사게 된다. 인터넷 사전도 이와 같다. 검색한 단어와 관련된 방대한 정보에 눈이 현란해져서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결국엔 엄한 시간만 흘러 보내고는 겨우 목적한 것을 깨닫고 다시 정보를 찾게 된다. 숲이 너무 많아서 내가 보고 싶은 나무를 못 본다고 할까.


아주 가끔은 손 때 묻은 백과사전이 그립다. 침 묻혀가는 재미, 장을 넘기면서 만나는 아주 새로운 세상, 원하는 것을 찾았을때 기쁨, 이 모든 것은 아날로그 사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 일 수도 있다.


그 즐거움을 잊은 지 너무 오래되었다. 소설과 수필로 도배된 서재를 잠시 정리하고 백과사전을 채워 넣어야겠다. 나의 딸리는 어휘력을 위해서,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가를 위해서라도. 특히 아가에게는 '딸깍딸깍' 마우스 재미보다 침 묻히고 책장 넘기는 재미를 알려주고 싶다.

 

그런데 정말 걱정된다.

이러다 말씀도 딸깍딸깍, 찬양도 딸깍딸깍,

신앙도 딸깍딸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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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