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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신 2020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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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앞바다를 지나 미시령 계곡으로 들어서는 버스 속이다.
엄마는 신병훈련소에서 아들의 손을 놓기 전

뜬금없이 "옆의 사람 잘 도와줘"라고 말했던 게 생각나 민망해진다.

아들의 시원하게 깎은 머리와 상기된 얼굴이 군 훈련소의 살풍경 속에 떠올랐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 새가 되어 눈 덮인 미시령과 속초의 푸른 바다 위를 날아가
"엄마야. 힘내!"라고 아들 귀에다 속삭일 것만 같았다.

그러다가 '아니야. 크게 걱정은 되지 않아.'라며 스스로를 또 위로해본다.

곧 훈련병들을 담당하는 교관의 넉넉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래~ 믿어야지.'라고 다짐하니, 아들 손을 놓았던 그 순간이 비로소 아련해져 갔다.

차창 밖을 보니 몇 년 전 이 지역을 핥고 간 산불에 녹아내린 집들이 아직도 군데군데 남아 있었다.

어린나무들이 겨울을 나는 민둥산들은 삭막해 보였다.

흰 눈을 살짝 덮고 천혜의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설악의 산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깊은 계곡을 달려가니 저녁이 깊어갔다.

북한강 물줄기를 의지해 살아가는 마을의 불빛들이 별처럼 예뻤다.

엄마는 대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의 지혜로 미처 막아내지 못한

재앙의 흔적이 함께 공존하는 이 풍경 속에 모든 걸 뛰어넘는 사랑의 성벽을 세우기라도 할 듯이

기도 손을 모아본다.

'추위와 두려움 속에 그냥 너를 남겨두고 온 게 아니란다.'

마치 충성스럽고 진실하게 살아 힘을 키워갈

산삼 씨 하나를 깊은 산 속에 몰래 심고 온 것처럼, 엄마는 비로소 가슴을 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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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0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