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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내 운명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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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꽃과 잡초의 치열한 땅 싸움이 시작되었다.
팬지 수십 송이 있어도 잡초 한두 개를 당할 수가 없다.

팬지들은 혀를 둘렀다.
어떻게 해봐.
이러다간 저 애들의 뿌리에 다 엉켜버리고 말 거야.

정말 그랬다.
잡초들은 그들의 뿌리에 팬지의 뿌리를 에워싸 한 몸으로 만드는 작전에 들어갔다.
잡초를 뽑으면 팬지까지 같이 뽑히기 십상이다.

흥 나를 뽑으려고? 어디 한번 해보시지.
잡초는 코웃음을 치며 봄 햇살을 즐겼다.
잡초들은 성장 속도도 빠르고 어느 땅에서도 잘 적응한다.

나는 까다롭지 않아.
얼마나 성격 좋고 튼튼한지 어디든 가리지 않고 잘 자라거든.
이런 우리를 무조건 없애버리려고 하는 것도 무지야.
잡초가 생태계에 주는 혜택이 얼마나 많은데.

옆에 있던 쑥이 거들었다.
그래. 나 쑥도 사실은 잡초라고.
그런데 사람들 몸에 그렇게 좋잖아.
우리는 제초제에도 잘 안 죽어.
잎은 말라죽어도 뿌리는 살아서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산과 들을 뒤덮지.
팬지 너도 꽃잎만 나풀대지 말고 체력을 좀 키우라고.

팬지는 한 소리 하고 싶었다.
그리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너희도 장점이 있겠지.
하지만 나에게는 아냐.
나는 너 때문에 숨 막혀 죽을 지경이라고.

며칠 전에 손바닥만 했던 쇠비름은 이제 팬지들 옆을 비집고 자리를 다 차지했다.
팬지는 쇠비름이 자기를 안으려 하자 고개를 돌렸지만 어쩔 수 없이 쇠비름 품에 안기는 모양이 되었다.
너와 난 하늘이 맺어준 운명이야.
쇠비름이 팬지에게 비릿하게 말했다.

얼레리 꼴레리.
쇠비름이랑 팬지가 서로 좋아한대요.
얼레리 꼴레리.
소나무 밑에 있던 망초가 멀리서 소리쳤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우리 같이 엉켜 한 백 년 살세라.
오늘도 잡초들은 어깨를 들썩이며 노래를 부르고 팬지들은 구름 없는 하늘을 보며 울상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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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0/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