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제발 떨어져라by 날개단약속

20200514제발떨어져라.jpg










우편을 보낼 것이 있어 가까운 우체국에 갔다.
세상에…. 그 우체국 안을 1m 이상 간격으로 줄을 서다 보니, 사람들이 문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다.

몇 달 사이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길을 걸을 때도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다리가 아파도 같은 벤치에 앉을 수가 없다.
꽃가루에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 쏟아지는 눈초리에 죄인이라도 된 듯하다.

그래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노력한 덕에 사회적 거리를 둔 덕에 확진자가 많이 줄었다.

우리 가정도 화평과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싶다.
왜 오늘도 두 아들은 붙어서 저리 싸우고 있을까.
떨어져라~ 제발 떨어져라~ 들은 척도 안 한다.
엄마, 형이 자꾸 나한테 뭐라고 해~
엄마! 쟤가 나 그림 그리는 데 방해해~

그러면서 둘이 딱 붙어서는 말로 서로의 신경을 긁어댄다.
저러다 피부까지 팍팍 긁으랴.

둘을 억지로 떼어서 1m 이상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다.
사이에 큰 인형이나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
그렇게 한 십분 평화를 누렸나?
어느새 둘이 바짝 붙어서 낄낄낄 깔깔깔 하하하 하다가 다시 2차전이 붙는다.

이야!!!!!! 이것들아!!!!!
아, 나는 또 헐크가 된다.
간신히 거리를 둔 혈기가 이때다 싶어 내 안으로 바짝 다가선다.
혈기와 합체가 된 나의 눈과 코, 입에서 불을 뿜는다.
바짝 쫄은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또르르 흐르면, 그제야 난 정신을 차리고 혈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
‘내가 또 정신을 잃고 변신을 했구나….’

밖에선 코로나가 문제고, 안에선 혈기가 문제다.
한 방에 해결해 줄 약이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근데 바이러스는 약이 따로 없단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 징글징글한 바이러스들.

그래 방법이 따로 없네.
아이들에게 화를 내려는 찰나에 튀어야지.
현관 밖이든, 화장실 안이든 도망가야지.
그러면 혈기가 자기 바이러스를 퍼트릴 숙주를 찾지 못해서 스스로 자멸하겠지.

하루빨리 성공하기를!!


조회수
35,484
좋아요
3
댓글
1
날짜
202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