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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냉장고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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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내려간 친정.
내 마음의 안식처로 향한 탓일까. 장거리 운전인데 피로함도 없이 운전대를 잡은 손길마저 가볍다. 저녁이 다 되어서야 도착해 다음 날 이른 아침. 역시나 언제나 그랬듯이 아빠는 셰프로, 엄마는 보조 셰프로 식사 준비로 분주하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반찬 먹으면 되는데 아침 식사를 핑계로 아침밥부터 눈뜨자마자 챙기는 부모님의 사랑을 왜 여태껏 몰랐나 싶어 가슴 뭉클해진다. 정성껏 차려주신 반찬 싹싹 긁어먹고 하얀 바닥 드러낸 접시에 흐뭇한 얼굴. 3박 4일 보내는 동안 내 배는 올챙이 통통배가 되고, 둥근 달처럼 뽀얗게 얼굴도 부풀어 올라 숨길 수 없이 편히 잘 지내다 간 티가 팍팍 난다.

아쉬운 여정을 마치고 돌아갈 시간. 몸도 마음도 가볍게 내려왔다 올라가려고 짐도 최소한으로 쌌다. 올라가는 짐을 주섬주섬 챙겨 넣는데, 아이스박스 하나가 쓱 하나 나오더니 이어서 정체 모를 검은 봉지들이 하나하나 자리를 메운다. 엄마는 냉장고에서 뭘 자꾸만 꺼내온다. 내가 올 때 싸주려 메모까지 적어두고 뭐 더 필요한 거 있으면 가져가라고 하신다. 이미 반찬을 다 싸주셔서 냉장고가 텅텅 비었을 텐데 달걀은 필요 없냐, 다른 과일은 필요 없냐, 떡국떡은 필요 없냐 말만 하면 냉장고에서 다 나올 판이다. 우린 여기서 잘해 먹으니 챙겨가서 먹고 모자라면 또 말하라고만 하신다. 이렇게 매번 받아 가기만 하고 제대로 챙겨드린 적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죄송한데 엄마는 더 못 해줘서 애달픈 마음이다. 파도 파도 끝이 없는 엄마의 사랑 샘은 오늘도 내 가슴을 적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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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