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장)
판사 : 다음 사건은 보디발 아내 건인가?
요셉 : 판사님, 억울합니다. 제 이야기 좀 들어주십시오.
검사 : 어디 피의자 주제에 입을 열어.
요셉 : 이대로는 억울합니다. 저도 변호사 선임하고 싶습니다.
아내 : 하인 주제에 무슨 변호사! 재판 열어주는 것만으로도 영광인 줄 알아.
판사 : 정숙하세요. 먼저 검사 측 이야기해 보세요.
검사 : 사건은 어제 낮, 주인이 없는 틈을 타 집사였던 요셉이 보디발의 아내를
탐하려 했던 사건으로 노예가 주인의 은혜를 저버린 하극상의 일입니다.
판사 : 세상에... 노예가 주인을?? 세상 말세네.
요셉 : 아닙니다. 전 마님이 먼저 부르셔서 방으로 간 것입니다.
아내 : 어머 내가 널 언제 불렀니? 네가 내 방에 날름 온 거지.
요셉 : 마님, 주인의 방을 하인이 어떻게 들어갑니까? 앞에 문지기가 수십 명인데요.
아내 : 그. 그건 네가 집사니까 어떻게든 들어왔겠지.
요셉 : 주인께서 출입을 다 허락하셨지만, 마님 계신 곳은 절대 아닙니다. 그건 주인님께서 잘 아시지 않습니까.
보디발 : ...
판사 : 집안 내 요셉의 평탄은 어떻죠?
아내 : 말도 안 되게 안 좋죠.
검사 : 그래서 증인으로 하인을 불렀습니다.
하인 : 침소 청소를 맡고 있는 하인입니다.
검사 : 하인은 요셉을 잘 알고 있죠.
하인 : 네... 잘 알고 있습니다.
검사 : 요셉은 어떤 사람이죠?
하인 : 저...
아내 : 아오. 답답해. 네가 항상 듣던 이야기 있잖아. 왜 이리 굼떠.
하인 : 아... 요셉이 여자를 참 ... 조 .조.. 좋아합니다.
아내 : 봐요. 내 말이 맞다니까요.
요셉 : 제가 여자를 좋아할 틈이 어디 있습니까. 매일 검토할 서류가 산처럼 쌓이는데. 게다가 재정은 전부 나에게 물어보고 마님이 할 살림까지 전부 저에게 맡기셨으면서.
아내 : 너 유능하다며~ 여자 좋아할 틈도 못 만들었겠니~
요셉 : 여러분, 저희가 휴가가 어디 있습니까. 주말이 있습니까. 하루 18시간 노동인데. 이참에 노동청에 신고해 버릴까 보다.
아내 : 지금 나를 협박하는 거야? 어머 이거 보세요. 얘가 이렇다니까요. 그때도 절 이런 식으로 협박했어요.
판사 : 인성이 보이는군요.
검사 : 이뿐 아닙니다. 집사라는 권력에 취해 자기가 왕 노릇 하려 했다는 증거도 나왔습니다.
요셉 : 그런 증거가 있다고요?
검사 : 마님께서 다 이야기했습니다.
요셉 : 주인님, 제 장부와 일기장을 증거로 부탁드려요. 전 기록만 보아도 딴짓할 시간이 없습니다.
아내 : 어머, 하인한테 당해서 하소연할 길 없는 이 불쌍한 여인네 좀 보소.
검사 : 마님이 우시잖아. 그게 증거야.
판사 : 여자의 눈물은 다 사연이 있는 거지.
요셉 : 판사님까지 왜 그러세요.
검사 : 그리해서 저는 저 악질적인 노예 요셉에게 사형을 구합니다.
보디발 : 어험.
판사 : 그러면 판결하겠습니다. 하인이 주인을 범한 끔찍한 사건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됩니다. 판사도 검사의 의견에 충분히 공감합니다. 다만, 열심히 일한 것을 참작해서 종신형을 고합니다. 감옥에서 평생 반성하며 지내세요.
아내 : 흑흑. 형량이 부족한 것 같지만 그동안 애쓴 노고를 봐서 참지요.
요셉 : 정말 억울합니다.
(사무실)
판사 : 마님 재판이 몇 번째지?
검사 : 올해만 7번째입니다.
판사 : 마님도 참 너무 하시지. 주인님 전쟁만 나가시면 아주 난리야.
검사 : 마님 뒤치다꺼리도 힘드네요.
판사 : 우리 비상금이 어디에서 나오냐. 조용히 해.
검사 : 근데 주인님은 왜 마님을 안 쫓아낼까요?
판사 : 야, 마님 때문인 줄 알아? 자기 평탄 떨어질까 봐 그러는 거 아냐?
검사 : 아~
판사 : 내가 이러려고 판사가 된 게 아닌데, 그놈의 돈이...
검사 : 요셉만 불쌍하네요.
판사: 이건 너와 나의 비밀이야. 무덤까지 가야 한다.
3년 후,
요셉은 다시 재심을 청구한다. 애굽의 총리가 되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