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5월, 오늘은 사촌 동생이 시집가는 날.
부모님을 모시고 예식장에 여유 있게 도착했다.
예쁘게 신부 화장을 한 사촌 동생을 보니 기분이 묘하다.
예식 시작 전 식장 한편에서 친지들과 도란도란 이야길 나누었다.
그러나 일찍 도착하길 잘 했다 싶을 정도로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생기고 말았다.
화려한 신부 대기실 하얀 바닥 위에 숯덩이 같은 시커먼 부스러기를 쓸어 담는 도우미.
그때까지만 해도 앞으로 일어날 일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자세히 보니 아빠가 지나가는 곳곳마다 새까만 가루를 날리며 무언가 떨어지는 게 아닌가!
“아빠, 이게 뭐예요? 아빠 발밑에요.”
아빠도 당황하셨는지 땅바닥을 계속 살피며 이리저리 발을 비벼보았다.
비벼댈수록 더 큰 덩어리가 떨어졌다.
하객들이 많이 도착하지 않은 터라 아빠와 나는 얼른 식장 밖 길가로 뛰쳐나왔다.
아빠도 당황함이 역력하셨지만 담담하게 구두 밑굽을 땅바닥에 빡빡 문질렀다.
순간 아빠의 키가 점점 줄어들면서 구두 밑굽이 다 닳아 없어지고 말았다.
“허허...”
아빠의 멋쩍은 웃음과 참고 있던 나의 웃음보가 터졌다.
“구두가 3년 전에 산 건데, 한 번도 안 신었더니 굽이 팍 삭았네. 삭았어.”
그렇다. 아빠의 새 구두는 3년 전, 내 결혼식 날 처음 사 신고는 신발장에 고이 놓여 있었다.
식이 시작하려면 아직 40분 남짓 시간이 있었기에 얼른 구두병원을 찾아보자고 했다.
“허허, 그냥 이대로 티도 안 나는데 신지 뭐.”
“아빠, 그래도 내일 또 결혼식이 있는데 굽을 갈 수 있으면 얼른 갈고, 안되면 새 구두 한 켤레 사러 가요.”
태연한 아빠와 보채는 딸의 대화였다.
어느새 아빠의 멋진 새 구두는 신밧드의 모험에 주인공들이나 신을 법한 굽 없는 구두 장화가 되어버렸다.
그야말로 멋진 정장에 옥의 티였다.
황급히 알아보니 근처에 구두 병원이 있어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갔다.
“기계도 마찬가지야~ 안 쓰면 이렇게 고장 나고 부서지고 한다니깐.
3년 전에 산 건데 한 번도 안 신으니깐 하아~ 이렇게 굽이 다 삭아버리네. 이야.”
평소 몸이 조금만 아프거나 불편하면 바로 동작 그만이던 나.
그래서인지 일하지 않고 몸 아프다고 쉬면 쉴수록 땅속으로 더 꺼져가는 기분이었다.
더 잘 수록 더 잠이 오고, 몸 힘들다고 움직이지 않으면 더 굳고 찌뿌둥한 이치다.
기계도 쓰면 쓸수록 길이 들어 작동이 잘 되고, 반대로 쓰지 않고 그대로 두면 멀쩡한 기계도 고장 나기 일쑤다.
운동하면 더 피곤하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운동하면 피곤이 풀어진다.
몸을 건강하게 잘 관리하면 나이가 들어도 덜 고장 나고 덜 망가지겠지!
그동안 푹~ 쉬었으니 이제 작정하고 움직여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