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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은 돈가스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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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어제저녁에 먹었던 돈가스를 꺼냈다.
신랑이 한 입 깨물더니 얼굴이 더 못생겨졌다.
“이거 언제 산 거야?”
“어제 저녁때 맛있게 먹은 건데.”
“왜 이리 딱딱해. 돌 씹은 줄.”
그러더니 전혀 손을 대지 않는다.
생긴 건 날고기라도 씹게 생겼는데 은근히 소프트 체질이다.


다들 출근, 등교, 등원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몸이 뒤틀리고 좀이 쑤신다.
역마살이 끼었나?
2주 전에 글감을 4개나 잡았으면서 또 도망가려 한다.
카톡카톡~
세탁이 다 되었다는 휘파람 소리~
세이렌이 따로 없다. 나를 유혹하는 소리여….


정신줄을 간신히 잡고 글을 쓰려고 하니 아, 도무지 써지지 않는다.
자판기를 두드리긴 하는데 대체 누가 두드리는 것인가.
글에 혼이 없고 맛이 없다.
혼을 골목 어딘가 두고 온 것 같다.
이를 악물어 뇌를 짜 본다.
얼굴만 못 생겨질 뿐, 글 찌끄러기도 나오지 않는다.


아, 이럴 줄 알았어.
뇌가 흥분하고 불이 났을 때 써야 하는데,
한-참을 뇌 저~ 구석에다 박아놓고
이제야 글을 쓴다고 꺼내놓으니
다 식어 빠진 돈가스 마냥 글 쓸 맛이 나지 않는다. 


돈가스야 비닐을 씌우고 데우면 촉촉해진다지만,
나의 뇌는 무엇을 씌우고 데워야 촉촉해질까.


때 지나면 판이 식는다.
묵혀두고 있는 것, 더 돌 되기 전에 어서 꺼내어 맛나게 써보자.
더 돌 되면 씹다가 턱 나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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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9/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