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글씨(캘리)를 쓴 지도 일 년이 되었다.
나는 작품 반이라고 맨 앞자리에 앉았다.
“어머, 흘림 처음 썼다면서 왜 이리 잘 써요?”
강사님의 칭찬 소리에 뒤를 힐끔 쳐다보았다.
중급반 사람들이 큰 붓으로 ‘해오름’을 썼다.
굵은 획과 가는 획이 조화를 이루어 멋진 작품이 되었다.
‘강사님이 쓴 줄 알았더니…. 제법이네.’
나도 분명 흘림체를 썼는데 저렇게 쓴 기억이 없다.
아무리 획을 그어도 굵게 나온다. 아니면 중간에 끊기거나.
흘림은 요염한 맛이 있는데 내 것은 아무리 봐도 돌쇠 느낌이다.
‘성격 탓인가?’
글씨도 사람을 닮아가는 것 같다.
“어머, 도자기에 글씨 쓴 것 좀 봐요. 이건 팔아도 되겠다. 장사해도 되겠어요.”
고급반 쪽에서 칭찬 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살짝 돌려 곁눈질로 봤다.
초벌구이한 접시 위에 멋들어진 문장이 새겨져 있었다.
얼마나 정성을 다했는지 삐뚤어진 획 하나 없었다.
'아니 다들 붓 좀 잡았다 오셨나? 왜 이래?'
화선지에 그려진 내 글씨체를 보았다.
1년 배운 솜씨라고 하기엔 산만 그 자체였다.
강사님이 글씨를 먼저 알아보게 써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건만
겉멋만 들었는지 글자가 문장 사이에서 우왕좌왕이다.
“오늘은 건질 글씨체가 없네요. 지난주에 무슨 일 있었어요?”
어느샌가 강사님이 오셔서 안타까운 눈빛을 보낸다.
아,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다.
남들은 센스도 좋아서 확확 실력이 느는데 나는 아직도 감을 못 잡고 헤매는 것 같다.
강사님이 문제점을 짚어주어도 쓸데없는 부분만 열심이다.
나도 내가 답답하다.
때론 내가 영~ 재능이 없는 건 아닌가 싶어서 고민도 된다.
괜히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아닌가 하고.
가방에서 화선지를 꺼내다 작년에 쓴 글씨를 보게 되었다.
한글 처음 배우는 학생처럼 글씨가 삐뚤빼뚤.
오늘 쓴 글씨와 비교해보니 그래도 오늘이 나았다.
‘멈춰 있는 것 같았는데 꾸물꾸물 올라가고 있었구나.’
시간과 노력을 들였는데 변화가 없을 리가 없다.
조급한 마음을 다시 접고 심호흡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붓을 들어 본다.
지금은 분명 글씨가 제자리걸음 같아 보여도
내년에 다시 글씨를 꺼내 보면 ‘어? 좋아졌잖아?’ 하며 놀랄지 누가 알겠는가.
오늘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