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엄마가 카레를 플라스틱 통에 한가득 보내왔다.
뚜껑을 열어보니 고구마, 감자, 파프리카, 브로콜리, 양파 등이 한가득이다.
냉장고 야채칸을 다 털었나 보다.
국자를 들고 휘휘 젓는데 뭔가 삐죽 올라온다.
뭔가 해서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니 피식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럼 그렇지 이게 빠지면 엄마의 요리가 아니지.’
엄마의 머리카락이었다.
사실 어렸을 때는 이러한 상황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반찬을 먹다가 머리카락을 발견하면 “엄마!” 하고 소리 지르면서
맨날 음식에 들어간다고 엄마에게 핀잔을 주었다.
그러면 엄마는 그게 왜 들어갔을까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얼른 음식에서 머리카락을 치웠다.
나는 맨날 모른다면서 입술을 씰룩거렸다.
그런데 나는 봤었다.
엄마가 무말랭이 반찬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무를 깎고 다듬고 다시 명주실에 꿰어서 하나하나 엮은 다음,
일주일을 곱게 말려 다시 양념장에 버무리는 모든 과정을.
게다가 양념장 또한 적은 수고가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니 머리카락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이상하지.
그걸 봤으면서도 나는 “엄마!” 이랬다.
철이 덜 든 게지.
그 시간이 돌고 돌아 나이 마흔에
엄마의 머리카락을 보고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 엄마의 마음을 눈치챘냐?
카레 또한 그러했을 터.
냄비에 눌어붙을까, 채소는 잘 익었을까.
얼마나 뚜껑을 열고 휘저었을까?
그래서 엄마 음식은 뭐든 다 맛있나 보다.
엄마 카레에 밥을 얹는데 거기서 머리카락이 나왔다.
신랑이 이게 뭐냐며 핀잔을 준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말했다.
“감사하며 먹어라. 괜히 들어갔겠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