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희망의 터널by 날개단약속

20190323_희망의터널완성.jpg










이 세상에는 인간의 노력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가뭄, 홍수, 전염병 등.
전염병 중 페스트는 크게 서른 번 이상 일어났고, 일억 명에 가까운 사람이 죽었다.


1346년 새로운 질병이 지중해에서 스칸디나비아까지 활 모양을 그리며 번졌는데

이 병에 걸린 사람은 고열이 나고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겨드랑이와 두 다리 사이에 달걀 크기만 한 혹이 생기고 온몸에 검붉은 색 반점이 나타났다.

너무 아파서 헛것을 보는 사람도 있었고 많은 사람이 엄청난 고통에 괴로워하다 손쓸 틈도 없이 죽어갔다.

아침에 멀쩡하던 사람이 저녁에 죽는 일이 흔했다. 유럽인들은 그것을 떼죽음, 역병, 페스트라고 불렀다.


4년도 채 되지 않아 페스트는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당시 중세유럽 의학 수준으로는 페스트가 왜 어떻게 해서 전염되는지를 알 수 없었다.
현대 의학자들에 의해 밝혀진 페스트는 설치류를 통해 사람에게 전달되어 감염되는데,

이 세균은 설치류의 피를 빨아먹는 벼룩 속에 사는 기생충이다.


페스트가 도래하기 전, 유럽은 이미 문제가 일어날 장벽을 향해 가고 있었다.
14세기가 되자 인구는 유례없이 7천 3백만 명까지 증가했다.

도시들은 혼잡하고 더러웠고 목욕을 거의 하지 못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수도가 불충분해 썩은 쓰레기와 생활 쓰레기가 길에 쌓이고 강에 내던져졌다.
게다가 1280년경에 기후가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여름이 짧아지고 겨울은 혹독하게 추워지며 수확물은 줄어들었다.
거의 모든 숲이 헐벗게 되었고 농경지는 더는 쓸모가 없어졌다.
사람들은 굶주리기 시작했고 염세주의와 학대가 늘어났다.


의료 지식 또한 제자리걸음이었다.
1300년 이래로 교황 보나피스 8세는 인간의 시체 해부를 금지했다.
인간의 조직은 여전히 신비한 것으로 남아있었다. 많은 기관의 기능, 심지어는 혈액순환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의사들은 기원전 5세기 때의 천년 묵은 가르침에 계속 의존했다.
병이 일어난 원인, 병을 치료할 방법도 모르고 매일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았던 중세 유럽의 사회 체계들이 깨져갔다.


<이방인>으로 인간의 부조리성과 반항의 의지를 써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알베르 카뮈의 또 다른 책 <페스트>는

한 도시가 페스트를 겪으면서 일어나는 과정들을 써 놓았다.

페스트로 고립된 도시 속에서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재앙에 대응하는데,

주인공 리유는 희망과 의지를 가지고 절망적인 상황들을 이겨내는 인물이다.

어떤 자는 페스트에 걸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치료조차 거부하기도 하고, 어떤 자는 페스트를 통해 돈을 벌려고 하지만,

불가항력적인 상황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맞서 싸우는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한다.
그리고 리유는 페스트가 물러가고 난 뒤 축제의 환호성 소리가 나는 도시 속에서
'페스트는 결코 죽지 않았어. 항상 숨어 있지.

지하실이나 손수건, 낡은 서류 같은 것에 숨어서 자다가 어느 순간 깨어날지도 몰라.

그리고 인간들에게 불행과 교훈을 주기 위해 다시 쥐들을 흔들어 깨울 거야.' 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운명을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은 아주 많다.
사람들은 그것을 경제에서 추적할 수 있고, 성경에서 발견할 수 있고, 하늘에서 펼쳐진 웅장한 별들에서 그것을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개인의 운명뿐 아니라 세계사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을 마주쳤다 해도, 절대 희망과 의지를 놓쳐서는 안 되겠다.


조회수
34,954
좋아요
6
댓글
1
날짜
2019/0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