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아! 한글 공부하자!”
“아이, 하기 싫은데.”
7살의 한숨 소리가 깊다.
“엄마 한 개만 해.”
둘째가 앙증맞은 손가락을 하나 들고 간절히 빈다.
한글 공부 한 장만 하자는 표시다.
두 장을 해도 5분도 안 걸리는걸...
그럼 나는 알았다고 하면서 한 장을 공부시킨다.
조금 더 하자며 다음 장을 넘긴다.
둘째의 얼굴에 짜증이 쓰나미처럼 밀려온다.
“엄마 한 장만 한다고 했잖아~”
입을 이만큼 내놓고는 책상에 머리를 박고 시위를 벌인다.
빈아, 어쩔 수 없어.
넌 한글 공부 일주일 내내 안 하잖아.
지금이 기회이니 잡을 수밖에.
이 엄마를 용서하렴. 흑흑.
세 장째 넘어가니 정신이 혼미한 듯 이리저리 기우뚱이다.
하기 싫은 몸짓이 온몸을 흔든다.
“엄마 이것만 하면 마지막이야?”
그래, 고생했다. 토닥토닥.
둘째는 끝마치기가 무섭게 책을 덮고는 쓰러진다.
하기 싫은 한글 공부를 위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왜 저리 한글 공부를 싫어할까?
조상 중에 공부하다 원한 맺힌 분이라도 있나?
별별 생각이 다 든다.
혹시 한 장만 한다고 해놓고서는 약속을 어기고 계속 공부해서 그런가.
오늘은 둘째의 앙증맞은 손가락이 무색하지 않게 딱 한 장만 한글 공부했다.
시간은 3분도 걸리지 않았다.
둘째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앗싸~ 했다.
엉덩이도 뱅글뱅글 흔들었다.
아이가 룰루랄라 하며 한글책을 제 방에 가져다 놓는다.
“내일도 한 장만 풀자~”
“어~ 내일도 한 장~”
앙증맞은 새끼손가락 하나를 세우며 윙크한다.
작은 약속도 약속이다.
작은 신뢰가 쌓여서 큰 믿음이 되지 않는가.
언젠가 아이의 마음에 거센 태풍이 불어올 때
오랫동안 쌓은 믿음의 산이 분명 아이의 마음을 포근히 품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