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서울 도심.
오전부터 일이 있어 목적지까지 가야 하는데, 공포의 지옥철 너밖엔 도무지 답이 없더라.
한산한 도시에 살다 온 내게 서울 지하철은 아직도 무시무시한 존재다.
특히 아침 출근길엔 더더욱.
옛날에나 들어볼 법한 푸쉬맨을 두 눈 똑똑히 봤으니 말 다 했지.
15분이나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급행열차는 진즉에 포기.
마음 편히 일반 열차를 타는 게 진리다.
이제 절반쯤 와서 또 한 번 고비를 넘겨야 한다.
사람들로 붐비는 환승역을 거쳐 목적지로 가야 하기에.
‘무사히 내려서 저 계단만 오르면 환승역이야! 힘내! 몸조심하고!
앗!! 우이씨!’
나도 모르게 순간 욱하고 말았다.
‘앞만 보고 내달리면 어떡해? 꽝하고 부딪힐 뻔했잖아! 늦었으면 좀 더 서둘렀어야지.’
온갖 불평불만이 튀어나온다.
조금은 부끄러워서인지 순간 놀라서인지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아, 이러면 안 되지.’
얼른 이성을 차렸다.
화내고 열 내봤자 무엇하랴. 내 심신 건강에도 좋지 않은걸.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별것 아닌데 혈기 냈던 내 모습에 반성이 절로 나왔다.
‘하나님! 몸 안 부딪히게 지켜주셨는데... 감사하지 못해서 죄송해요.
화낼 일도 아닌데 제가 너무 예민했죠?’
그제야 마음이 가라앉으며 내 진심이 하나님께 닿은 것 같았다.
무사히 환승한 지하철을 타고 좌석에 앉자마자, 옆자리 아주머니가 대뜸
“아이고~ 이뻐라~~” 하고 연발 감탄을 자아내며 칭찬을 하시는 게 아닌가.
“아, 감사합니다.” 쑥스러워 작게 답했다.
“아유~ 이쁘다. 이뻐~ 옷도 어쩜 이리 잘 어울리고~”
생전 처음 봤는데 오늘 내 모습이 너무 이쁘다며 가는 내내 말을 건네셨다.
‘뭐지? 평소 화장도 안 하는데... 왜 그리 이쁘다고 하시는 거지?’
의아해하며 몇 마디 더 주고받았다.
몇 정거장 뒤, 미소 띤 얼굴로 유유히 사라진 아주머니...
돌아오는 길에 곰곰이 생각하다 보니
‘아! 겉모습이 아름답고 외모가 이쁜 게 아니었구나.
내가 오전에 혈기 내고 나쁜 마음 먹은 걸 금방 돌이키고 반성하니 그 마음의 행실이 이쁘다고
하나님이 아주머니를 통해 칭찬해주신 거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출중한 외모도 아닌 내게 그리 대놓고 이쁘다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