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가족과 함께 계룡산에 올랐다.
평소 주변에 있는 산을 간간이 올랐기에 큰 부담감 없이 가볍게 갔다 오자고 했다. 코로나로 인해 많이 달라진 일상과 추석 풍경으로 우리 외에도 산을 오르는 가족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산 입구에는 으름을 내놓고 파는 할머니 한 분이 나와 있었고, 그 주변으로는 산채 비빔밥과 다양한 음식을 파는 식당들이 꽉 차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공주 대전 근방에 있어서 가볍게 생각했는데, 갈수록 험한 돌과 가파른 경사에 숨이 턱에 차고 말수도 없어졌다. 같이 가면서도 철저히 개인전이 되는 우리 인생처럼 산행할 때는 인생길을 보는 것 같다.
계룡산은 닭 볏 모양으로 조선 초 태조 때 도읍지로 삼으려 했으나 반대에 부딪혀 한양이 도읍지가 되었다. 정감록에는 정 씨 왕조가 계룡산을 도읍으로 삼는다고 길지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었다고 한다. 갑사 쪽으로 시작해 코스를 잡았다. 한참을 오르면서 몇십 년 뒤 나이 70이 되어도 이렇게 산을 오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가능할까... 하며 대화하고 있는데 딱 봐도 70을 훌쩍 넘기셨을 할아버지 한 분이 그 험한 산을 내려오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대화하다 보니 80 중반이 되었는데 젊어서 많이 다니던 길을 오랜만에 용기 내 오르셨다고 한다. 요즘은 노년의 삶이 길어지면서 슈퍼 시니어로 사는 것이 많은 이들의 소망이 되었는데 평소 끊임없이 움직인 할아버지의 삶이 이런 기적을 만든 게 아닐까?
정상에서 바라본 모습이 너무나 아름다워 한참 동안 넋을 놓고 시간을 보내다 내려와 보니 7시간이라는 긴 시간이 전투처럼 지나갔다. 도중에 너무 힘이 들어 욱!! 하는 마음도 몇 초 있었지만 아마 말이 없고 표정이 굳어진 아이도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다행히 맛있는 음식에 후식까지 먹고 나니 힘들었던 마음이 눈 녹듯이 녹아 다음에는 다른 산을 도전해보리라는 마음도 갖게 되었다.
어느 때보다 건강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많은 시대를 사는 지금, 평소에 열심히 움직이고 과정을 즐기며 행복하게 살아야겠다 실감하며 연휴를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