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전화 한 통.
서로 안부를 묻고 그간 직장에서 있었던 일들을 전화기에 읊는 친구. 직장 동료와 있었던 일 등 직장에서 곤욕을 치렀다는 친구와 한참 대화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대화 끝에 친구는 "네가 일할 때 그렇게 힘들다고 말만 해서 잘 몰랐는데 이제야 알겠네. 내가 당해보니." 그땐 내 입장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가 최근 비슷한 일을 자신도 겪으며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지난날 직장에서 겪은 일을 친구에게 얘기했어도 그냥 힘든 줄만 알았지, 어떤 마음이고 심정이었는지 잘 몰랐나 보다. 친구가 좀처럼 힘들다고 말을 하지 않는데 나에게까지 자세히 얘기하는 걸 보니 서로 더 많이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되고 내 마음도 많이 헤아리게 된 듯하다.
나 또한 부모가 되면서 내 부모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어릴 땐 왜 그리 철없이 내 고집만 내세웠을까? 부모님은 나 때문에 에어컨도 설치하지 않았는데 독립하고 나온 본가에 에어컨을 설치했다. 내 아이 때문에. 나도 모르게 울컥한다.
사람은 자기가 겪어보고 당해봐야 그제야 상대의 마음을 제대로 느낀다. 다 겪고 알기보다 미리 헤아리고 알아주면 얼마나 좋을까. 상대도 이해하고 그 마음도 알아준다면 금상첨화가 따로 없을 텐데. 꼭 후에 후회한다.
나와 내 주변을 자세히 돌아봐도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상대의 입장을 이해한다 해도 결국 내가 부딪혀봐야 제일 그 마음을 잘 알 것이다. 이제, 짐작하여 가늠하거나 미루어 생각하는 마음의 그릇을 잘 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