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보물by 펜끝 이천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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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기억난다. 수십 년도 더 지난 나의 이야기, 소중한 추억들. 어린 날의 일기장엔 큼지막한 글씨로 그날그날의 일들이 적혀 있다. 매일 밤 하루를 마치며 숙제처럼 쓰던 일기장엔 기쁨도 즐거움도 가끔은 속상한 일들도 사심 없이 채워져 있다. 초등학교 4학년, 소풍을 간 날이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마지막 순서는 보물찾기였는데, 그날도 선생님이 숨겨둔 보물을 하나도 찾을 리가 없는 나. 여기저기 환호성이 터지며 친구들 손엔 먼저 발견한 하얀 쪽지가 들려 있고 한발 늦은 나는 허탈하게 부러운 눈으로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양손 가득 보물찾기에서 받은 선물을 들고 신나게 가는 친구들. 내겐 보물찾기 종이를 찾는 행운은 없나 보다. 이날은 숲속의 자연을 생각하며 동시 짓기를 하던 날이라 끄적끄적 동시 한 편 적어내고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 떠오른다.

다음 날, 담임 선생님은 내가 써낸 동시가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환히 웃으며 칭찬해 주셨다. 비록 보물은 찾지 못해 아쉬웠지만 이보다 더 기쁠 수 없었다. 동시로 글짓기상까지 받은 건 보물찾기보다 더 큰 선물이니깐. 엄마, 아빠에게 실컷 자랑하고 떠~억하니 걸어둔 상장은 볼 때마다 자랑스럽다. 아직도 이날의 일이 적힌 일기장을 가끔 추억하면서 마음이 무겁고 쳐졌을 때 다시금 나에게 용기를 불어넣곤 한다.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은 이토록이나 지속되는 힘이 크다.

일기장에 고스란히 담긴 내 감정, 다짐들을 들춰보며 반성도, 감사도 새삼 느낀다. 지나온 시간 속 발자취를 돌아보는데 현재에 존재하는 나의 마음마저 새로워지니 신비한 경험이다. 나만의 사연들로 가득한 일기장이야말로 보물 중의 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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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