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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도시락by 날개단약속

추억의 도시락


-이정명-

 


'도시락' 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추억의 양은 도시락.
하지만 이것은 나의 추억은 아니다. 오랜 세월 쌓아 온 텔레비전과의 두터운 친분으로 인해 가지게 된 수많은 간접경험 중의 하나일 뿐이다.


교실 중앙에 설치되어 있는 구식난로 위에 층층이 쌓아 데우던 양은 도시락.
배고픈 학생들을 유혹하던 반찬냄새. 가끔씩 도시락의 위치를 바꿔주며 골고루 데워지길 고대하던 아이들의 눈길. 어쩌다 밥 위에 올려 지던 날이면 순식간에 없어지던 계란 후라이.


생각만 해도 재미있고 웃음이 나는 이런 그림들은 이젠 너무 익숙해져서 마치 나의 추억인양 생각될 정도다. 하지만 실제 나의 학창시절엔 교실 중앙의 난로도, 양은 도시락도 없었다. 여름엔 캐릭터가 그려진 플라스틱 도시락이, 겨울엔 다소 무겁지만 성능 좋은 보온도시락이 있었다.

 

이제는 쓸 일이 없어 어디다 덨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내 보온 도시락. 무겁고 크다고 투덜대면서도 '그래도 보온하나는 최고야.' 라며 알뜰살뜰 들고 다녔었지.꽤 긴장했던 수능 치던 날, 보온도시락에 싸온 볶음밥. 내심 체할까 꼭꼭 씹어 먹으며 앞에 친 시험 결과를 걱정했었다.


도시락을 생각하답니 중고생 시절이 또오르고, 그 때의 내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그리 순진하진 않았지만, 또 그리 때묻지도 않았던 그때의 나. 세상을 몰랐던 만큼 더 순수하고 더 열정적이었던 그때의 내가 가끔 그리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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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08/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