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동네

콤바인 세대의 고민by 도토리

 

 


 

시골 작은 펜션.
어느 벽 앞에 놓인 원통형의 나무 기구를 두고 시부모님과 친정엄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게 뭐꼬? 나락 까는 거 아니가? 우리 어릴 때는 저걸로 나락을 깠는데......”
“맞네! 저것도 아무나 못한데이~ 나락 묶음을 들고 잘 잡고 있어야지......”
“잘못하면 빨려 들어간다~ 큰일 난다~”

 

귀 기울여 들어보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같이 듣고 있는 신랑도
같은 형편인가보다. “우린 콤바인 세대지~” 신랑의 한마디에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나는 콤바인조차도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세대차이. 불과 한 세대가 바뀌었을 뿐인데 이렇게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 놀랍다.
외할아버지는 식민지 시대를 살아오셨고 엄마는 한국전쟁 때 갓난아기였단다.

시골에서 도시로 시집와 나와 오빠를 낳고 기르신 어머니.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나는 시골살이를 모른다.

 

3세대 이상이 같이 살았던 과거엔 -할아버지도 농사를 짓고 아버지도 농사를 짓고
그 자식도 농사를 짓던 시대에는- 서로 대화가 많았을 것이다. 자식들은 부모의 말에
귀 기울이며 그들의 삶을 보고 배우는 것이 곧, 살아가는 방법을 익히는 가장 지혜로운
방법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우리나라는 100년도 안 되는 사이, 너무 많은 일들이 일어났고
부모세대와 자식세대 간의 공감대는 너무 약해졌다. 때때로 부모는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자식은 무엇을 배워야 할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나는 나중에 아들에게 어떤 것들을 가르칠 수 있을까?
아들은 콤바인이라는 이름마저도 박물관에서 볼지 모른다.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이 시대. 어느 때보다 더 멘토를 찾아 헤매는 이 시대.
펜션 마루에 앉아 나와 아들의 멘토는 누구일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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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3/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