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때쯤이면 직접 농사지은 맛있는 호박과 가지 등을 집 앞에서 파시는 단골 아주머니가 있다. 출근을 하지 않는 토요일 오전이라 여유로운 마음으로 탐스러운 호박 몇 개를 사서 크기대로 호박전을 부쳤다.
그런데 맛나게 익은 호박전을 호~ 호~ 불어가며 친정엄마와 함께 맛을 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사이에 가게이야기를 하며 시끌시끌하던 아이들 소리가 사라졌다.
잠시 마트라도 간 줄 알았던 아이들은 한 시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대문을 열면 바로 찻길이고 요즘처럼 사람이 무서운 세상에 천방지축 6살 난 남동생까지 데리고 어디로 간 걸까~!!’
걱정된 마음에 기도하며 슬리퍼를 신은 상태로 동네 가게와 운동장 등 몇 군데를 찾아보았으나 없었고, 결국 매일 아침 산책하러 나가는 하천가로 향했다
‘주님, 어디로 갔을까요? 나쁜 일이야 없겠지만, 이렇게 말도 없이 나가서 한 시간 반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으니 정말 따끔하게 혼을 내줘야 다음부터 이런 일이 없을 것 같아요’
시간이 지나면서 주님이 원하시는 방법은 따끔하게 혼을 내주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더 들었고 저 멀리서 자기들끼리 하천가 한쪽에서 얼굴이 햇볕에 익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이 보였다. 잠시 나도 저렇게 마음껏 자연 속에서 놀면서 컸는데 그러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이 안쓰럽단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시 마음속에서는 내 방식대로 혼을 내서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과 주님의 방식대로 해야 한다는 생각의 싸움이 계속되었다. 결국, 주님이 이기셨고, 아이들은 회초리를 맞은 것보다 더 진심으로 뉘우치고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신이 나게 놀고 온 아이들은 출출했는지 다 식어버린 호박전을 너무도 맛있게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