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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by 도토리

 

자전거

 

 

-이정명-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이 항상 부러웠던 것 같다.
빌려 탈 생각은 못하고 그저 '나도 자전거가 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자전거를 타 본 기억은 어릴 적에 보조바퀴 2개가 달린 어린이용 자전거와

20대에 야구장 근처에서 빌려 탄 자전거 딱 두 번이다. 두발 자전거를 타본 적이 없던 나는

1시간 정도 고생한 후 직선으로 달릴 수 있었다. 곡선은 많이 어설펐지만 내심 뿌듯해하며

친구들에게 열심히 문자를 돌렸다. '23년 만에 자전거를 타게 되었다!'
격려와 칭찬을 기대했던 나에게 돌아온 답들은 "아직 자전거도 못 탔었어?" 등의 황당하다는 반응.


아~ 나의 그 뿌듯함을 아무도 이해해 주지 못하다니! 그 후로 다시 자전거를 탈 일은 없었다.

8년이 지난 지금, 다시 자전거를 타면 그때처럼 탈 수 있을까?
어린 시절, 넉넉하지 못한 형편이었기에 다른 아이들이 가지고 누리고 있는 것들을 보며 부럽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다. 자전거, 마루인형을 위한 커다란 집, 고모 집에 가면 많이 있던 책들과 컴퓨터,

짝꿍이 점심시간에 갖고 오던 슬라이스 치즈, 외삼촌 집에 가면 있던 씽씽이.


부러워하던 것들을 하나씩 가지게 되면서 나는 어른이 되었다.
지금 나는 부자다. 모든 것을 가진 부자가 아니라 언제든 원하는 것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마음의 부자다. '부러우면 지는 거다.' 라는 광고 문구에 공감하지만 부러워하는 마음도

소중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가치를 알고 소중히 대할 수 있고 가졌을 때 더 큰 기쁨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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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1/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