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 오빠의 부고 소식을 들었다.
겨우 50을 넘긴 나이에 서둘러 세상을 등지고 말았다.
밤에 자려고 누웠는데 이 생각 저 생각으로 잠이 오지 않는다.
오래전 그날 누군가가 친절하게 손에 쥐여줬던 소변 테스트지를 들고
아침 일찍 화장실에 갔을 때,
테스트지의 색깔이 어둡게 확 변해버려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아이들을 어린이집과 학교로 보낸 후 병원으로 향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온갖 생각이 밀려왔다.
내 것이라 여기고 살았던 내 육신, 내 삶.
내 남편, 내 아이들이라 여기며 알뜰살뜰 챙겼던 가족도
순식간에 손을 떼야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겠구나!
“너 이제 손 떼! 거기까지만.”
하면 어찌해 볼 도리 없이, 무엇하나 가져갈 것도 없고
흔적도 없이 손 떼고 사라질 때가 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두렵다거나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보다는 겸허함이라고 할까.
다 내려놓고 내가 진정한 주인이 아님을 인정하는 경험을 했다.
신이 일정 기간 인생을 대여해 주셔서 삶을 누리고 이루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결국은 테스트지의 오류였고 짧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죽음 앞에서는 좋은 집도, 좋은 차도, 장롱 가득 쌓여 있는 뭉칫돈도 의미 없는 존재들일 뿐임을 인정하게 되었다.
이 밤, 매일 아등바등 살 수밖에 없는 숨 가쁜 현실이지만
생각까지 그렇게 살지는 말아야겠다고 나를 다독여 본다.
바른 마음과 생각으로 살자.
신이 주셨으니 신의 마음에 들게 살아보자고 잠 못 드는 나에게 진심 어린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