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편을 보낼 것이 있어 가까운 우체국에 갔다.
세상에…. 그 우체국 안을 1m 이상 간격으로 줄을 서다 보니, 사람들이 문밖으로 튀어나올 지경이다.
몇 달 사이에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
길을 걸을 때도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를 쓰고, 다리가 아파도 같은 벤치에 앉을 수가 없다.
꽃가루에 코가 간지러워 재채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 쏟아지는 눈초리에 죄인이라도 된 듯하다.
그래도 서로의 안전을 위해 외출을 자제하고 노력한 덕에 사회적 거리를 둔 덕에 확진자가 많이 줄었다.
우리 가정도 화평과 안전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고 싶다.
왜 오늘도 두 아들은 붙어서 저리 싸우고 있을까.
떨어져라~ 제발 떨어져라~ 들은 척도 안 한다.
엄마, 형이 자꾸 나한테 뭐라고 해~
엄마! 쟤가 나 그림 그리는 데 방해해~
그러면서 둘이 딱 붙어서는 말로 서로의 신경을 긁어댄다.
저러다 피부까지 팍팍 긁으랴.
둘을 억지로 떼어서 1m 이상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린다.
사이에 큰 인형이나 의자를 가져다 놓는다.
그렇게 한 십분 평화를 누렸나?
어느새 둘이 바짝 붙어서 낄낄낄 깔깔깔 하하하 하다가 다시 2차전이 붙는다.
이야!!!!!! 이것들아!!!!!
아, 나는 또 헐크가 된다.
간신히 거리를 둔 혈기가 이때다 싶어 내 안으로 바짝 다가선다.
혈기와 합체가 된 나의 눈과 코, 입에서 불을 뿜는다.
바짝 쫄은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눈물이 또르르 흐르면, 그제야 난 정신을 차리고 혈기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한다.
‘내가 또 정신을 잃고 변신을 했구나….’
밖에선 코로나가 문제고, 안에선 혈기가 문제다.
한 방에 해결해 줄 약이라도 나오면 좋을 텐데...
근데 바이러스는 약이 따로 없단다.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이 징글징글한 바이러스들.
그래 방법이 따로 없네.
아이들에게 화를 내려는 찰나에 튀어야지.
현관 밖이든, 화장실 안이든 도망가야지.
그러면 혈기가 자기 바이러스를 퍼트릴 숙주를 찾지 못해서 스스로 자멸하겠지.
하루빨리 성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