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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지붕 위의 민들레 by 날개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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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민들레는 민들레>>를 읽는다.

싹이 터도 민들레
잎이 나도 민들레
꽃줄기가 쏘옥 올라와도 민들레는 민들레
여기서도 민들레
저기서도 민들레
이런 곳에서도 민들레는 민들레
혼자여도 민들레
둘이어도 민들레
들판 가득 피어나도 민들레는 민들레
꽃이 져도 민들레
씨가 맺혀도 민들레
휘익 바람 불어
하늘하늘 날아가도 민들레는 민들레

들려주는 낭독자가 물었다. “어떤 부분이 가장 인상적인가요?”

쌍떡잎을 피우는 첫 장에서 초록의 설렘을 느낀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꽃을 피우는 열정 앞에 ‘고참’ 감탄이 나온다. 여럿이 어울려 노랑 바다를 이루고 마지막 씨앗을 달고 날아다니는 모양에 나의 마음도 덩실거린다. 한 줄 한 줄은 민들레 찬가이며 한 장 한 장이 한 폭의 수채화 작품이다. 그중에 제일은 기왓장 위에 피어난 노란 민들레였다.

낡은 기와 위에 선명한 노랑 꽃과 초록 잎의 민들레는 한 여성, 강주룡을 연상케 한다. 일제 강점기 평양의 을밀대(고구려 때 지어진 누각) 지붕 위에 앉아있는 모습과 겹쳤다. 일제 치하 임금 삭감에 대항하여 파업을 시작하며 12미터 높이 지붕으로 올라가 76시간 단식한 그녀. 일본이 얼마나 노동자들을 착취하고 있는지 알리기 위해 지붕 위에 나지막이 앉았던 그녀는 밀쳐 내려지고서 서른한 살에 숨졌다. 우리나라 최초로 높은 곳에 올라가서 시위한 여성 노동자였다.

사람들이 쳐다보는 지붕 위에 3일 넘도록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했을까? 그녀에 대한 책에서 “나는 많이 배우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권리를 포기해서 다른 사람에게까지 피해를 줄 수는 없습니다.”고 했다. 배고프고 잠 못 드는 어둠 속에서 홀로 저항한 여성은 노동운동 역사의 전설이 되었다. 얼마 전 한진 중공업 ‘마지막 해고 노동자’ 김진숙 씨가 37년 만의 명예 복직이 이뤄졌다. 이것은 강주룡 선생이 기와지붕 위에서 외로이 흩날린 씨앗이 지금 우리 노동자 삶에 희망이 되어 피고 있지 않은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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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