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석 목사_영감의 시

님 왔던 길

 


맨발 청춘에 헌 누더기 옷을 입고
하필이면 그 험한 가시밭길 비탈길로
님이 오셨단 말이옵니까

하늘에 떠가는 흰구름 쳐다보며
행여 이 구름 아니면 저 구름 타고 오실까
기다렸던 그 눈들을 피해
모진 가시밭길 돌짝길로
비바람에 시려운 눈보라까지 맞으며
홀로 도둑같이 오셨단 말이옵니까

오신 님을 아직도 기다리는 저 기성항엔
뱃고동소리 서글프기만 한데
님을 뱃길따라 물길따라
영광 속에 오시지 않고
어이 가시밭길 절벽길을
맨발에 헌 누더기 옷을 걸치고 거지인 양
세상에 버림받으며 오셨단 말이옵니까

님 가실 때 하신 그 말
「내 다시 올 때 그 본 대로 오리라」 하시더니
나 님 만난 후에
하늘의 이 모든 비밀을
또다시 알고 깨달았사옵니다

아직도 기다리는 저 기성항엔
장대 같은 소낙비만 퍼붓고
시려운 눈보라만 휘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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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13/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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