銀河の童話 by 銀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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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쇠‘와 ’마당쇠‘의 마지막 과업

아주 오랜 옛날,

그림같이 아름다운 한 마을에 인심 좋고 지혜롭기로 옆 동네까지 소문이 자자했던 ’주 대감‘이 살고 있었습니다.


’주 대감‘은 마을 사람 누구에게나 친절을 베풀고 어려운 이웃이 있으면 항상 도움 주기를 아끼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거느리는 집 안 하인들에게도 하대(下待)를 않고 평소 늘 살갑게 대해주며 특히 일정 기간을 열심히 일을 해 주면 어김없이 면천(免賤)하게 해 주었습니다.



마을 앞 강둑에 흰 눈이 쌓여가던 어느 겨울날

’주 대감‘은 면천을 눈앞에 둔 ’돌쇠‘와 ’마당쇠‘를 각각 따로 불러 조용히 한 가지 일을 시킵니다.


“이제 낼모레, 동짓날이 되면 내가 약속했던 대로 자네를 면천하게 해 주겠네.

 그간 나와 내 집을 위해 참으로 수고가 많았네. 남은 동안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일 하나만 더 해 주시게나…….”


’주 대감‘은 두 사람에게 최대한 가늘고 튼튼하게 새끼줄 한 가닥을 엮어 달라고 요구했습니다.


비록 주종(主從)의 관계로 인연이 시작 되었지만 ’주 대감‘을 친아버지처럼 존경하여 매사를 충성으로 일관해 왔던 ’돌쇠‘는 이 ’마지막‘ 과업을 평소 해 오던 일보다 더 소중하게 여기며 가늘고 튼튼한 새끼줄을 아주 기다랗게 엮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일도 늘 불평불만 하며 어쩔 수 없어 마지 못 해 해 오던 ’마당쇠‘는

’저 영감은 마지막까지 나를 부려 먹으려고 안달이 났구먼 도대체 새끼줄 한가닥으로 또 뭘 하려고 하는건지.....‘

툭 입이 불거져 나온 채 거칠게 대충 새끼줄을 엮다마다 하고 일찌감치 방구석에 드러눕고 맙니다.




반가운 소식을 전하는 까치 소리 더 명랑한 동짓날 아침.

구수한 팥 죽 냄새가 ’주 대감‘ 집 안을 가득히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주 대감‘은 면천하게 되는 두 사람에게 '엮은 새끼줄을 들고 창고 앞으로 오라' 호출을 합니다.

도저히 비교 할 수 없는 ’품질‘의 새끼줄을 들고 창고 앞에 선 두 사람을 향해 ’주 대감‘이 창고 문을 열어젖히며 말합니다.


“이 창고 안에는 내가 모아 둔 엽전이 가득하니 이제 자네 둘이 들어가 엮어 온 새끼줄에 꿰어 갈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꿰어들 가시게. 내가 주는 선물일세…….”


감사감격에 눈물을 훔쳐 가며 돌쇠는 자신의 가옥과 전답을 사고도 충분히 남을만한 선물을 꿰었고

마당쇠는 거칠고 굵은 새끼줄에 엽전 몇 푼 꿰기도 힘들었지만, 그 나마 새끼줄이 중간에 풀어져 버려 끝내 챙겨 나갈 수 있는 엽전은 거의 없었습니다.



서로 완전히 상반(相反)된 이유로 눈물이 그치지 않는 두 사람에게....


“끝이 중하다네. 끝이 아름답고 멋있어야 하는 게야.

 끝에서 인생 승리도 좌우되고, 운명도 좌우되기 때문일세.


 이제 면천하여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으니

 어디 가서 무엇을 하든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마음과 뜻과 목숨을 다해 충성하며 사시게나”



’주 대감‘이 주는 교훈은 엽전 꾸러미보다 훨씬 더 귀한 선물이었습니다.


(2021.12.12 주일말씀을 바탕으로 '봉국장'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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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2021/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