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같은 곳이 또 있을까?

지구는 우주의 중심인가?

지구에 대한 인식은 시대에 따라 변해왔다. 불과 400년 전만 해도 지구는 우주의 중심이었다. 그러나 지동설에 대한 천문학적 근거가 쌓여가면서 지구 대신 태양이 우주의 중심을 차지하게 됐다. 지구가 중심이 아니라는 사실은 많은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그러나 관측기술이 더욱 발달하면서 태양계마저도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 우리 은하의 중심을 따라 돌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 우리은하, 은하 중심으로부터 적절한 거리에 태양계가 위치하고 있다.

(Wikimedia Commons, Nasa public domain)

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은하는 태양과 같이 스스로 빛을 내는 천체가 수천억 개나 존재하고, 우주에는 또 수천억 개의 은하가 있다. 한 때 지구는 우주의 중심으로서 매우 구별되는 곳으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관측 자료들은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저버렸다.

천문우주과학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문제, 자원고갈문제, 인구문제 등이 대두되면서, 사람들은 우주에 지구와 같은 곳이 또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태양계와 가까운 별 중에 지구와 같은 별이 있다면 그곳으로 이주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세계적인 과학자들은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러나 우주에서 지구와 같은 행성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우주에 고등 생명체가 존재하려면, 적게 잡아도 수백 가지 조건이 모두 맞아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 우주 환경을 지구와 같은 환경으로 바꿔보자는 의견 또한 제기되었다. 달, 화성 등지에 우주 식민지를 만들어 이주하겠다는 생각은 태양계를 떠나는 것보다 더 타산이 맞아 보였고, 현대 과학기술이라면 지구의 생태계를 충분히 모방할 능력이 있어 보였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인 '인공생태계' 실험은 기대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인간이 몇 가지 동식물을 넣어 만든 인공생태계는 안정성이 매우 떨어져 얼마 지나 균형이 무너졌다.

우주의 대부분은 죽음의 공간

천문현상의 규모는 너무 거대해서 인간이 보기에 '엄청난 규모다!'하는 것도 매우 작은 것으로 치부될 수 있다. 일례로 지상에서 핵폭탄이 터진다면 세계적인 대재앙으로 세상이 떠들썩 하겠지만, 우주 공간에서 핵폭탄 하나가 터진다면 매우 하찮은 일로 취급될 것이다. 천문현상에 비하면 핵폭탄은 폭발력 측면이나 방사선 측면이나 매우 하찮기 때문이다.

- 초신성 폭발(Wikimedia Commons, CC, Kevin Heider)

생애를 다한 별은 격렬한 초신성 폭발을 일으키며 잔해를 남긴다. 초신성 폭발로 인한 잔해는 다양한 원소를 포함하고 있으며 새로운 별이 탄생하도록 촉진제 역할을 한다.

지름이 수십 미터 정도 되는 소행성이 충돌해도 인간이 만든 핵무기보다 훨씬 강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초신성의 폭발은 인류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이 1,000,000,000,000,000,000,000,000,000 개 터진 것과 같은 에너지를 방출한다. 전 세계 백사장의 모래알 수 만큼의 수소폭탄이 터져도 초신성 폭발 하나를 못 따라간다는 말이다. 그러니 우주에서 핵폭탄 하나 정도는 얼마나 우습겠는가? 우주에서는 적어도 수천억 개의 핵폭탄이 터져야 조그만 관심을 살 수 있다.

이렇게 엄청난 현상이 가득한 우주공간은 생명에게 그야말로 위험천만한 곳이다. 지구가 평온하니 온 우주가 다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은 매우 큰 오산이다. 우주의 대부분의 영역은 생명의 씨가 자리 잡기도 전에 흔적도 없이 멸절될 죽음의 영역이다.

은하 안에서도 생명체가 존재 가능한 영역이 정해져 있다. 태양계에서는 태양계의 중심인 태양과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하듯이, 은하에서도 은하핵과 적정거리를 유지해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 초신성 폭발이나 감마선 폭발 같은 무시무시한 천문현상이 많이 일어나는 은하의 중심부에서는 절대 생명이 존재할 수 없고, 반대로 이런 현상이 너무 적게 일어나는 은하의 가장자리에서도 생명이 존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런 현상들은 지구와 같은 행성이 형성되는데 필요한 무거운 원소들을 생성하는데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